/북다

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 김선영 옮김 | 북다 | 528쪽 | 2만2000원

/문학동네

치즈 이야기

조예은 소설집 | 문학동네 | 356쪽 | 1만7000원

입추가 지났지만 여전히 무덥다. 이럴 땐,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으스스한 추리·미스터리 소설이 제격. 다들 생각이 비슷한가 보다.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집계한 지난 5~7월 추리·미스터리 분야 도서 판매율을 보면, 더워질수록 추리·미스터리 분야 책이 잘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6월엔 전월 대비 판매량 증감률이 20%대에 머물렀는데, 7월 들어 71.6%로 훅 뛰었다.

어떤 책이 독자의 선택을 받았을까?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예스24 추리·미스터리 분야 베스트셀러 1~10위 순위를 살폈다. 일본 대표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네 편(1·3·6·8위)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다음은 미스터리 또는 공포·호러 소설로 주목받는 소설가 조예은의 작품이 두 편(7·10위)으로 뒤를 이었다. 모두 여름날 더위를 식히기에 맞춤인 작품이다. 두 작가가 지난달 말 펴낸 신간 두 편을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성실하게 풀어내는 미스터리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67)는 1985년 데뷔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밀리언셀러로 독자에게 이름을 알렸다. 다작(多作)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두세 권 이상의 소설을 쏟아내기에, 항간에서는 “대필 작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소문도 나올 정도. 요즘엔 “AI가 쓰는 것 아니냐”로 그 수군거림이 변주됐다. 에세이나 동화를 제외하고 올해 국내에 번역·출간된 소설만 세 권째다.

가장 최근 출간작은 ‘가공범(架空犯)’. 어느 날 불에 탄 저택에서 부부의 시체가 발견된다. 남편은 유명 정치인, 아내는 전직 배우다. 작가의 전작 ‘백조와 박쥐’에 한 차례 등장한 적 있는 성실한 형사 고다이 쓰토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동안 자주 그린 천재 탐정 캐릭터는 아니다. 대신 고다이는 부지런히 뛰고, 살핀다. 500여 쪽이 넘는 분량의 소설에서 무릎을 탁 치는 짜릿한 순간을 마주하긴 어렵다. 그러나 묵묵히 사건을 파고드는 노련한 형사의 노동 수기(?)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마 실제 사건을 쫓는 것도 이런 지난한 과정을 동반하는 것일 테다.

지난해 일본 출간 후 누적 126만부 이상 팔렸다. 2024년 베스트 미스터리 선정, 2025년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 수상, 일본 최대 서점 체인 기노쿠니야 종합 1위 등 성과를 거뒀다. 괴짜 캐릭터나 기상천외한 범죄 없이도 잘 짜인 미스터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래픽=이진영

◇경쾌하면서도 으스스한

2016년부터 작품 활동을 해온 소설가 조예은(32)은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등 공포·호러·스릴러·미스터리 계열의 소설로 요즘 인기인 작가다. 예스24 독자 44만명이 참가한 ‘2025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에 올랐다. 잘 읽히는 문장과 똑 떨어지는 짜임새 있는 구성이 읽는 이에게 쾌감을 준다. 여기에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이 더해진다. 빠른 호흡으로, 경쾌하게 내딛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조예은이 만든 기괴한 세계에 와 있다.

‘치즈 이야기’는 작가가 2022년부터 발표한 단편 7편을 엮었다. 표제작은 어린 시절 방에 갇혀 방치되곤 했던 아동 학대 피해자인 주인공이 엄마에게 복수하는 내용. ‘나’는 어린 시절 방에 갇혀 TV만 봤다. 치즈에 대한 ‘나’의 매혹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나’는 한 방송에서 소개한 “먹어보기 전에는 모두가 코를 싸쥐지만 입안에 넣는 순간 황홀경을 느낀다는 블루치즈에 사로잡”힌다.

15년 만에 마주한 엄마는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돼 그저 누워 있기밖에 못 한다. ‘나’는 내가 갇혔던 그 방에 엄마를 누인다. 방 안에서 악취를 풍기는 엄마를 치즈로 묘사한다. 정말로 엄마가 치즈가 된 건지, 주인공의 정신착란인지 아리송하지만 주인공이 숙성 치즈(?)를 잘라 맛보는 묘사가 오싹하다. “한 번에 입안에 밀어넣으니 감은 눈 안쪽으로 천사가 나팔을 부는 환상까지 보이네요.” 으스스함을 맛볼 준비가 됐다면 펼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