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여름휴가 특집을 준비하면서 저라면 어떤 책을 추천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마다 휴가 때 권하고픈 책의 요건이 다르겠지만, 저의 우선순위는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갈 것’, 즉 페이지 터너(page-turner)입니다.
서수진 장편소설 ‘엄마가 아니어도’가 출판 담당 기자들에게 배포된 날, 어떤 내용인지 훑어만 보려고 첫 장을 넘겼다가 좁은 집에 더 이상 책을 들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결국 집에 들고 왔습니다. 책을 손에서 놓기가 싫어 귀갓길 걸어가면서도 읽었습니다. 소설은 자궁적출수술을 받고 태국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으려던 주인공 인우가 대리모와 연락이 끊기면서 아이를 찾으러 태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립니다. 대리모 산업의 실체,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가지는 의미 등을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인우는 과연…,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정명원 에세이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을 무심코 집어 들었던 밤엔 책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 없어 결국 끝까지 읽고 새벽녘에야 잠들었습니다. 20년간 민생 사건을 주로 담당한 현직 검사가 일터에서의 일상을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그려냅니다. 꽃다운 20대 초반에 검찰에 들어와 퇴직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기까지 한 시대의 범죄 기록을 꿰매고 철하고 옮긴 중년 여성 실무관들이 만든 ‘생활체조동호회’ 에피소드에선 코끝이 찡했습니다. 불고기에서 버섯을 일일이 골라낼 만큼 버섯을 싫어하는데 하필 노루궁뎅이버섯 재배로 큰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며 농민들을 등쳐먹은 사기꾼을 수사하게 된 후배 검사가 타고난 성실함과 너드(nerd) 기질로 버섯의 세계를 파고들어 피의자를 기소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적은 글을 읽으면서는 배꼽을 잡고 웃었고요.
폭염으로 절절 끓어오르는 여름의 한가운데, 책 속 세계로 훅 빨려 들어가 잠시나마 더위를 잊으시길,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