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가 많은 문학 장르일수록 장르의 명칭과 성격 규정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추리소설’도 그중 하나인데,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은 추리소설의 구성 요건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도 최초의 추리소설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추리물의 소위 ‘공식’이 정립되는 데는 셜록 홈스로 대표되는 영국식 ‘탐정물’이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이 둘을 합해, 여러 범죄 가운데서도 주로 ‘살인’을 다루며,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활약하는 ‘탐정’ 캐릭터가 추리소설을 특징짓는 두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본다면,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소설집 ‘나이츠 갬빗(Knight’s Gambit)’도 추리소설이긴 하다. 6편의 단편 중 5편이 살인을 다루며, 모든 사건마다 해결사로 요크나파토파 카운티 검사 개빈 스티븐스가 등장한다. 하버드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검사로 활동하는 스티븐스는 영리한 체스 플레이어로 수 싸움에 탁월하고, 미국 남부 사람들의 기벽을 잘 아는 인물이다. 또 그의 추리로 밝혀지는 살인의 진범이 모두 유력 용의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추리소설의 묘미인 반전도 있다.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추리소설의 구색은 갖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한 국내외 리뷰들을 보면 ‘이런 게 무슨 추리소설이냐!’ 분개하는 독자가 적지 않다. 그럴 만도 하다. 1940년대 이래로 지금껏 미국 작가들이 첫손에 꼽는 미국 소설가 포크너는 실험적 서사 구성과 시의 음송(吟誦)에 가까운 리드미컬한 문체가 난해함을 유발하는 작품들을 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명성이 무색하게도 미국인 대중에게 가장 인기 없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포크너의 대표작들은 광대무변한 자연 속에서 누대에 걸쳐 살아가는 사람들의 반목을 다루는데, 모든 인물이 각자의 방식으로 외롭고 독립적이고 고집스러워서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그에 비하면 인간의 마음이라는 미스터리를 해독하는 과정을 명쾌한 일격으로 보여주는 ‘나이츠 갬빗’은 스티븐스 검사가 애욕과 돈과 권력에 무너진 정의를 바로잡아 인과응보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한결 낙관적이다. 그러고 보니, 터무니없는 것들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어리석은 인간을, 그럼에도 연민하고 포용하는 마음은 포크너 작품 어디에나 깃든, 희미한 밝은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