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와 반바지,/긴 양말 자국이 팔다리에 널브러져 있다/나는 그걸 빤히 보고 있으면서도/식지 못한 사랑은 이열치열 벽을 품고요/그건 반죽이 되었다네요”

‘여름에 더 좋은 시’(민음사)에 실린 허주영 시인의 시 ‘낯선 여름과 그해 여름’ 중 한 구절을 읽다가 햇볕에 빨갛게 달아오른 팔뚝을 쓰다듬었습니다. 지난주엔 한바탕 폭우가 퍼붓더니 이제 다시 폭염이군요. 여름은 여러모로 잔인한 계절입니다. 시인은 이어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모아 놓은 장면은 뒤섞이며 오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우리는 땀 흘리며 진지한 대화를 나눴던 것 같은데//해는 길어 곳곳에 집들은 비어 있다”

‘여름에 더 좋은 시’엔 이 시를 포함해 여름을 주제로, 혹은 소재로 한 시 스물네 편이 실려 있습니다. 매년 여름 이벤트로 물과 땀에 젖지 않는 종이로 만든 워터프루프북을 내는 민음사가 올해는 이 책과 ‘여름에 더 좋은 소설’을 내놓았어요.

여름을 맞아 Books에 변화가 있습니다. 문학평론가 강동호 인하대 교수가 북칼럼 필자로 참여해 젊은 시인들의 신작 시집을 소개하는 ‘시보다 낯선’을 연재합니다. 아시아 최초로 영국 대표 추리문학상인 대거상을 받은 소설가 윤고은은 ‘윤고은의 장르별미’라는 문패로 장르소설을 리뷰하고요.

이번 주 ‘시보다 낯선’에 소개된 신이인 시인도 ‘여름에 더 좋은 시’에 ‘외로운 조지-Summer Lover’라는 시를 실었습니다. 겨울날 맨발에 슬리퍼만 대충 꿰어 신고 외출했다가 아는 사람과 마주쳐 발등에 남아 있는 여름의 흔적을 들켰을 때의 감정을 시인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런 때엔/괜히/아직도 여름에 사는 사람처럼 보였을까 화가 났고/발가락이 시리고 피부 탄 자국이 부끄럽지만/후회되지가 않아서/앞으로도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음을/알아차리며 비로소/긴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이 말을 덧붙여 왔다/최선을/다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