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복 책거리(쿠온 출판사) 대표./김승복 대표 제공

도쿄의 책방 거리 진보초에 한국 책을 파는 서점이 딱 한 곳 있다. 꼭 10년 전인 2015년 7월 7일 문을 연 ‘책거리’다. 주인장은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 쿠온 대표 김승복(56)씨. ‘쿠온(久遠)’은 ‘좋은 것은 오래간다’는 뜻으로, 20권에 달하는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를 10년에 걸려 번역해 일본 독자들에게 소개한 출판사이기도 하다

최근 서점 및 출판사 운영기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달)를 낸 김 대표는 “2007년 출판사를 설립한 이래 한국 작가들을 초청해 일본에 알리는 작업을 해 왔는데 매번 행사 장소를 섭외하는 게 힘들었다. 우리가 장소를 갖는 게 의미 있겠다 싶어 책방을 차리게 됐다”고 했다.

2025년 7월 7일 책거리 10주년을 맞아 책방에 모인 김승복 대표(맨 앞줄 가운데)와 역대 점장들. 각자 손에 김 대표의 책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를 들고 있다./김승복 대표 제공

22평 규모 책방은 한국어 원서 3500여 권, 일본어로 쓰인 한국 관련 서적 500여 권을 판매하고 있다. 책방을 연 첫해인 2015년엔 윤태호 만화 ‘미생’ 원서 1권이 가장 많이 팔렸고, 작년엔 노벨문학상 특수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 원서가 가장 많이 팔렸다.

책거리만의 베스트셀러는 9년째 열고 있는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책 번역 콩쿠르’ 과제작. 한국 단편소설 2편을 과제작으로 제시하는데 올해는 임철우의 ‘사평역’과 김멜라의 ‘에콜’이다. “오랜 한류 붐을 타고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가,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한 분들이 번역까지 도전하는 거죠. 그런 분들 상대로 책도 팔고 한국 문화 알리는 이벤트도 하니 우리 책방은 어떤 면에서 ‘온실’이에요. 한국과 책을 좋아하는 순한 사람들만 있어 골칫거리가 없어요.”

그 ‘온실’을 가꾼 이야기가 그의 책에 곡진하게 담겼다. 앞으로는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 내 판매가 약한 한국 시집을 많이 소개하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 등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책방을 하며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10대 때 들렀던 손님이 대학생이 돼 다시 올 때, 일본 전역 손님들이 ‘도쿄에 오면 꼭 들르고 싶었다’며 무거운 슈트케이스를 낑낑대며 들고 3층 계단을 올라올 때…. 물론 사진만 찍고 가지 말고 책을 사 주면 더 좋겠지만(웃음).”

그의 책방엔 한글 붓글씨로 쓴 이런 표어가 붙어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아름답다. 책을 사는 사람은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