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한 바에 따르면 현재 라디오를 듣는 사람 중 다수는 ‘미처 이탈하지 못한 자’들이다. 오래전부터 라디오를 듣는 게 습관이 되었고 다른 오디오 콘텐츠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들. 한마디로 듣던 걸 계속 듣는 분들이다.”

라디오 PD 최다은의 에세이 ‘비효율의 사랑’(김영사)을 읽다가 이 구절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유튜브 등 수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가운데 아직도 책을 읽는 사람들 역시, ‘미처 이탈하지 못한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독서가 오랜 습관이 되어 ‘읽던 걸 계속 읽는 사람들’ 말이지요.

10여 년쯤 전엔 20~30대 여성이 출판 시장의 ‘큰손’이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30~40대 여성들이 주 독자층입니다. 읽던 이들이 계속 읽는 셈이죠. 앞으로 10년 후엔 40~50대 여성이 서점가의 주 구매층이 되지 않을까요?

‘비효율의 사랑’ 저자는 여기에 더해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눈과 손이 바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휴대폰 들여다볼 시간도 없고,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를 고르고 재생 버튼을 누를 시간도 없는 공장 노동자 같은 이들에겐 틀어놓기만 하면 노래도, 이야기도 들려주는 라디오가 동반자가 된다는 것이죠.

또한 ‘혼자 일한다’는 조건도 라디오를 떠났던 사람도 돌아오게 하는 강력한 요인이라고요. 택시, 화물차, 버스 기사,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이 주로 라디오를 듣는답니다.

독서는 눈과 손을 써야 하는 적극적인 행위라 눈과 손이 바쁜 이들이 책을 집어들 순 없겠지요. 혼자라도 일하면서 책 읽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라디오와 책은 아날로그 매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책을 읽으려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다르겠네요. 그렇지만 짬이 난다고 해서 유튜브 안 보고 책을 펼치기가 쉽던가요? 떠난 독자들을 책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 풀기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