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작가가 이렇게 글을 재미있게 쓰면 소설가들은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에릭 라슨의 논픽션 ‘폭격기의 달이 뜨면’(생각의힘)을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책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방송용 너스레이기는 했으나 그리 심한 과장은 아니었다. 이런 논픽션이 매년 수십 편씩 나온다면 소설가들 힘들어진다. 특히 ‘남성적 서사’를 주무기로 삼는 소설가라면.

소설가로서 궁금한 점은 ‘이 논픽션이 왜 재미있는가’다.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기는 하지만 1940년부터 1941년까지 초기 1년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나치 독일에 대한 시원한 반격이나 응징은 없다. 용맹한 군인과 화끈한 군사작전 대신 성격 고약한 정치인과 공습을 당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752쪽 거의 내내 다른 강대국의 참전을 애걸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심금을 울리는 드라마가 된다.

위에 적은 ‘성격 고약한 정치인’은 윈스턴 처칠이다. 저자는 영국인들이 왜 처칠에게 열광하고 사랑했는지, 처칠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켰는지 설명하거나 분석하는 대신 생생하게, 그리고 아주 영리하게 보여준다. 처칠은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인 동시에 결함 많은 인간이다. 그의 성격에는, 그의 육신에는, 그의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그리고 영국 군대에는 치명적인 약점들이 아주 넌더리 나도록 많다. 그 약점 때문에 처칠은 난처하고 곤혹스럽고 우스꽝스럽고 절망적인 상황들에 숱하게 빠진다. 그가 때로는 교활하게, 때로는 우격다짐으로, 때로는 그저 운이 좋아 위기를 넘기고 “우린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할 때, 독자도 처칠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평범한 영국인들이 있다. 영웅도 성인도 아닌 그들은 절망적인 전황 속에서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히고, 불륜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이 폭격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으며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고 결의할 때 독자는 열광하게 된다. 여러 문서 보관소에 기록이 많이 보관돼 있고 저자가 자료 조사를 철저히 했다지만, 건조한 사료가 이런 피 끓는 드라마가 된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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