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이원영 지음|글항아리|432쪽|2만6000원
남극 세종과학기지 근처에 사는 턱끈펭귄은 3월이 지나면 싹 사라진다. 따뜻하고 먹이가 많은 곳에 갔다가 11월쯤 돌아온다. 이들이 어딜 다녀오는지 궁금하지만 내내 따라다닐 수는 없는 노릇. 극지연구소의 야외생물학자인 저자는 60마리의 턱끈펭귄에게 ‘발찌’를 달았다. 케이블타이에 피복을 씌우고 위치추적기, 수심기록계를 매단 발찌다.
1년을 기다려 다시 찾은 둥지. 펭귄 수천 마리가 돌아왔다. 30마리와 재회했고 발찌를 수거했다. 저자는 이 순간을 “반가움을 넘어선 감동, 마치 유학 보낸 자식을 다시 만난 기러기 아빠의 심정”이라고 했다. 물론 녀석들은 발찌를 채운 인간을 알아보고 질색했다. 대양을 헤엄쳐 6000~7000㎞씩 떠나는 경로를 파악해냈다.
이 동물 생활 교양서에는 참새부터 사자까지 수많은 야생동물의 삶이 담겼다. 번식, 잠, 의사소통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어떻게 입증하는지에 더 집중했다. 사진이 많아 쉽게 다가온다. 학자가 현장에서 만난 동물 윤리·기후 위기 문제도 꼬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