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기 힘든 사람들
도하타 가이토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476쪽|2만원
“일류 상담사가 되어서 궁극의 임상심리학을 연구하겠어!” 저자는 야심만만했던 교토대 박사 시절을 떠올리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러나 졸업 후 그가 임상심리사로 갈 수 있는 자리는 저임금 또는 비정규직뿐. 그러다 우연히 높은 급여를 보장하는 정신과 병원 상근 임상심리사 구인 공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인다.
오키나와의 정신과 돌봄 시설에 취직한 저자는 당황한다. 환자를 치료하려고 열의에 차 있던 그에게 내려진 첫 지시는 “대충 있어”였다. 조현병 환자들과 멍하니 앉아 있다가, 카드놀이를 하고, 배드민턴을 하는 일상에 의문을 갖는다. “‘있기’란 무엇일까? (…) 애초에 그저 있기만 해도 괜찮을까?” 저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식충에 베짱이가 되어버린 기분”이라며 불안해한다. 자신이 만만찮은 강도의 ‘돌봄 노동’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타인에게 의존하는 이들의 요구에 응하다 피를 토할 정도로 소진된다.
인간을 ‘human being’이라고 한다. 그만큼 ‘있기(being)’는 중요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이 ‘돌봄과 치료에 대한 메모’다. 치료가 아픈 곳을 직시하게 해 “욕구를 바꾸는” 과정이라면, 돌봄은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상대방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 즉 “사람의 생활을 근본에서 밑받침하는 것”이다. 저자는 “돌봄 노동자의 ‘있기’가 일회용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짚는다. 돌봄 시설에서 쓴 에세이이자, 학술서다. 일본에서 2019년 출간돼 정치·경제·사회서에 주는 오사라기 지로 논단상과 인문서에 주는 기노쿠니야 인문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