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어요. 잘 살아지지 않을 뿐이죠”

‘목소리 너머 사람’(김영사)을 쓴 하상훈(65) 생명의전화 원장이 말했다. 우리나라 첫 전화 상담 기관인 이곳에서 일한 지 37년째. 한강 다리에 설치한 SOS 생명의 전화를 운영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지원 운영하는 곳이다. 한강 다리에 설치한 전화기 74대엔 초록색 단추가 있다. 누르면 생명의 전화 상담사와 연결된다. 그는 응급실 의사처럼 생과 사의 경계에서 일해 왔다.

“난간 위에 서면 ‘죽고 싶다’ ‘살고 싶다’ 하는 마음이 시소처럼 오르락내리락해요.” 하 원장의 역할은 시소 뒤에 앉아 삶의 무게를 더 실어주는 것. 수화기 너머로 무슨 말이 오든 공감이 먼저다. 전화를 건 이가 “매일 밤 귀에서 목소리가 들려요. 나를 감시하고 쫓아다녀요” 하면 “목소리가 얼마나 두려우셨겠어요”로 대화를 시작한다. 거창한 비결은 없다. 그는 “시간은 무한정 있으니 그저 들으면 된다”고 했다.

“우울한 감정이 옮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하 원장은 “마치 내 문제처럼 힘들어질 때도 많았다. 그가 처한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대신 습관이 하나 생겼다. 전화를 끊고 나서 마음속으로 짧은 기도를 하는 것. ‘그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세요….’ 하 원장은 “살아낼 용기와 응원을 보내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 걸 느끼고 나선 보람이 넘친다”고 했다.

책에는 상담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이 담겼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소년, 회사가 무너진 벤처 사업가, 커밍아웃 후 홀로 남은 동성애자…. 하 원장은 마음이란 풍선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 “조금씩 바람을 빼줬다면 터질 일이 없었을 거예요. 가까운 누구든 할 수 있어요. ‘어제 잘 잤어?’ ‘밥은 잘 먹었어?’ 한마디로도 충분하거든요”

하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