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2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서면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한 장면. /뉴스1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의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글항아리)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책을 읽으며 “검찰 개혁은 자업자득”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피고인 측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형사사법 시스템 속에서 피해자가 고통받는 실상을 다룬 이 책에서 김진주씨는 고마운 이들을 칭할 땐 ‘님’ 자를 붙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경칭을 생략합니다. 여러 직역 중 김씨가 빼먹지 않고 ‘님’ 자를 붙인 직역이 딱 하나 있으니, 경찰도, 변호사도, 판사도 아닌 검사입니다.

경찰은 개인정보라며 가해자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고, 변호사는 수임료를 받은 후 낯빛을 바꾸며, 법원은 시종일관 권위적이고 냉담합니다. 김씨가 의지할 곳은 검찰밖에 없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검사들은 죄송하다는 가해자를 “내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죄송해야 한다”고 꾸짖고, 김씨에게 수사의 미진함을 사과하고 엄정한 재수사를 실행하며, 각종 지원 제도를 알아봐줍니다. 김씨는 최근 자신의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게 보낸 편지에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 주신 검사님들 덕분에 대한민국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부산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씨의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개정판./글항아리

권력자들의 눈엔 검찰이 ‘권력의 시녀’로만 보이겠지만, 피해자들에게 검찰은 자신을 대리해 싸워줄 ‘최후의 보루’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법리 오해로 수사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는 고스란히 수사 지연 등 피해자의 고통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피해자들에게 또 한번의 검찰 개혁은 자신들의 고통을 가중시킬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다가옵니다.

검찰 개혁에 대해 묻자 김진주씨는 말합니다. “그놈의 개혁, 그놈의 변화, 그들의 이미지 때문에 왜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n차 피해를 당해야 하냐고요.” 여권과 대통령이 검찰 개혁안을 내놓기 앞서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