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들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화제는 지난주 막을 내린 서울국제도서전으로 흘러갔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대성황을 이뤄 모든 출판사가 매출 활황으로 화색이 돌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르더군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아기자기하고 감성적인 책을 내는 출판사들은 판매가 좋았지만 소위 묵직한 인문서 출판사들은 오히려 작년보다 판매가 줄었다고요.

얼리버드만으로 티켓이 매진되는 바람에 현장에서 티켓을 팔지 않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데 익숙하지 않은 40~50대 관람객들이 도서전을 찾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들었습니다. 겉으로만 보아선 모두를 위한 ‘책 축제’인 것 같았지만 특정층을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이 있었던 것이죠.

이번 도서전의 다른 화제는 에코백, 티셔츠, 모자, 책갈피, 열쇠고리 등 책을 매개로 한 파생 상품, 즉 굿즈 판매 호황이었습니다. 개막 전부터 관람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오픈런’한 큰 이유는 책이 아니라 점찍어 놓았던 굿즈를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한 출판사에서 마련한 손뜨개 책갈피가 개막 첫날 점심때쯤 동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니, 점심을 함께 먹은 출판인이 웃으며 말하더군요. “그래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아니라 ‘서울국제굿즈전’이라는 말도 나왔어요.”

굿즈는 책을 홍보하기 위한 미끼 상품입니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책이고 굿즈는 부록이지만, 언젠가부터 출판사들이 굿즈 제작에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쏟아붓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형 출판사야 마케터들이 있지만 소형 출판사의 경우 책 만드는 일만으로도 벅찬 편집자들이 굿즈 기획까지 하느라 허덕입니다. 결국 사람들이 책을 너무나도 안 읽기 때문이겠죠. ‘굿즈 잘 만들면 굿즈가 탐나 책도 사겠지’라는 간절함…. 이해하면서도 주객이 전도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