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
이승원 글·그림 | 한림출판사 | 40쪽 | 1만7000원
제주는 어디나 귤 천지. 귤밭 너머 어디선가 노래 같은 새소리가 들려온다. ‘휘익 휘익~.’ 섬휘파람새의 노래다. 귤꽃이 어느새 다 졌어도 아쉬워하긴 이르다. 꽃잎 떨어진 곳에 함께 떨어진 완두콩만 한 아기 귤도 향기만은 새콤달콤하다.
산딸기는 가시가 많고 쉽게 뭉그러지니 살살 따야 한다. 여기저기 딸기똥을 싸며 날아다니는 직박구리는 조심할 것. 잠시 마을로 이사 온 친구를 데리고 아이는 동네 이곳저곳 탐험에 나선 참이다. “날씨가 제법 더운데? 곧 여름이 올 것 같아!”
한 장 한 장 제주의 여름을 풍성하게 담은 책. 제주에 사는 작가가 섬에 터 잡고 뿌리 내린 사람들만 알 수 있는 풍경을 정겹게 그려냈다. 새와 나무, 꽃과 나비의 모습도 눈앞에 보는 듯 단정하다. 며칠 스쳐가듯 다녀오는 여행으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이 아름다운 섬의 속살을 들춰 보여주는 듯하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수국 꽃밭을 지나 귤밭에 들어서면 한가로이 오가던 꿩 가족이 아이들 발소리에 이리저리 흩어진다. 두견이는 여름이 오면 더 힘차게 울어대지만 어디에 숨은 건지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달콤한 ‘황금 보석’ 비파나무 열매가 열릴 땐 조금 서두르는 게 좋다. 잔칫집처럼 찾아드는 새들과 나눠 먹어야 하니까.
제주의 여름엔 바닷가 바위도 따끈해진다. 검은 현무암 돌들 사이에서도 생명이 자라난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세찬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려도 걱정할 건 없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 날은 다시 뜨거워지고 숲과 나무엔 더 짙게 초록물이 오를 테니까.
둥글둥글 야트막한 동네 오름에 오르면, 저기 옹기종기 마을 집들 지붕 너머에 여름이면 더욱 푸르러지는 바다가 있다. 책장을 덮으면, 당장 제주로 떠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