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말을 거는 책

30년 넘게 다큐멘터리 PD로 일해온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는 아이들을 취재하며 고민한다. ‘이 장면을 여과 없이 카메라에 담아야 할까?’ 영상에 현지인의 고통을 담는 행위는 늘 양날의 검이기 때문. 이른바 ‘빈곤 포르노’는 가난한 이들의 절망을 선정적으로 소비해 일시적 동정심을 유발할 뿐, 근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가의 이런 고민과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정석영 지음, 다할미디어, 2만5000원.

울프 8

“늑대 무리에선 둥지 공유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두 마리 이상의 어미 늑대와 새끼들이 굴을 함께 쓰는 것이다.” 약 40년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에서 일하며 늑대를 관찰해 온 저자가 과학적 통찰을 곁들여 쓴 늑대 이야기다. 제목인 ‘늑대8’은 저자가 만난 잿빛 털을 가진 수컷 새끼 늑대다. 저자는 가장 작고 볼품없었던 늑대8이 옐로스톤의 위대한 늑대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다. 릭 매킨타이어 지음, 노만수 옮김, 사계절, 2만3000원.

당신 곁의 아리아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의 개선 행진곡 장면에서 코끼리가 종종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어버이날 라디오 신청곡으로 나오는 푸치니의 아리아 ‘오 사랑하는 아버지’는 과연 효심에서 부르는 노래일까. 도니체티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제목처럼 슬픈 노래일까. 메조소프라노와 음악 평론가가 베르디·푸치니·모차르트의 오페라 아리아 16곡에 얽힌 사연들을 대화 형식으로 풀어 썼다. 백재은·장일범 지음, 그래도봄, 1만9800원.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에선 반드시 누군가 살해당한다.” 책의 부제를 보면 이 말이 얼마나 섬뜩한 이야기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연쇄살인범의 딸이 써 내려간 잔혹한 진실’. 저자는 2009년 위스콘신에서 발생한 미제 살인 사건을 검색하다 본인의 아버지가 범인임을 깨닫고 직접 경찰에 알린다. 그 후 유년 시절 가해졌던 폭력을 되짚으며 아버지의 여죄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이 책에 풀어놓았다. 에이프릴 발라시오 지음, 최윤영 옮김, 반타, 2만2000원.

고스트 플레임

AP 기자였던 미국인 저자가 쓴 6·25 전쟁 이야기다. 전쟁을 북한 난민 소녀, 흑인 미군 포로, 미국 수녀, 영국 종군 기자, 중국 장군, 해병대 영웅 등 20여 명의 눈으로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당시 참상을 엿볼 수 있는 사진 40여 장도 함께 실었다. 제목 ‘고스트 플레임(유령의 불꽃)’은 우리로 치면 ‘혼불’을 뜻한다. 전쟁 당시 억울하게 죽은 시체 위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는 데서 착안했다. 찰스 핸리 지음, 이창윤 옮김, 마르코폴로, 2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