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오가와 사야카 지음|지비원 옮김|갈라파고스|296쪽|1만8500원

불법 체류자가 넘쳐 나는 홍콩의 마굴(魔窟), 영화 ‘중경삼림’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청킹맨션.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2016년 이곳에 머물며 자신을 ‘청킹맨션의 보스’라 칭하는 탄자니아인 카라마를 만났다. 중고차 브로커 카라마를 중심으로 탄자니아인 공동체의 일상과 경제 활동을 관찰했다.

저자는 이들을 불안정한 이민자로 보기보다, 중국 시장에 뛰어든 도전적인 창업가로 조명한다. 카라마는 2000년대 초부터 홍콩과 탄자니아 간의 중고차 사업을 개척했고, 아프리카 15국에서 온 중고차 딜러들과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낯선 이를 재워주거나, 정착을 돕거나, 동포의 시신을 모국으로 돌려보내는 등 호의를 베풀면서 자신을 따르는 동료를 늘려갔다.

탄자니아인 공동체는 내가 베푼 친절이 언젠가 돌아올 것이란 믿음으로 느슨한 연대를 이뤘다. 누구도 신뢰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만들어낸 독특한 경제 공동체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