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외교, 실패한 외교
이하원 지음ㅣ박영사ㅣ304쪽ㅣ1만8000원
“클린턴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동생인 가수 로저의 공연장을 방문한다는 제보가 있으니 취재해 봐.”
1998년 11월, 당시 5년 차 기자였던 저자는 데스크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았다. 그날 밤 세종문화회관 ‘KBS 열린음악회’ 녹화 공연에서 로저는 형을 소개했고, 수십 명의 경호원에 둘러싸인 ‘미국 대통령’이 무대에 올라 손을 흔들었다. 저자는 이 장면을 단독 보도했다.
이 방문은 사전 협의된 일정이 아니었다. 정상회담 만찬을 마친 클린턴 대통령이 “동생이 공연하는 곳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이뤄진 것이었다.
책은 30년 경력 기자가 외교의 장(場)에서 목격한 막전막후(幕前幕後)를 담은 보고서다. 김대중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각 정권의 외교 스타일을 보여주며 비화와 뒷이야기를 전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기각을 확신하며 순방을 준비했다” 등 공식 발표로는 포착할 수 없는 역사의 틈을 파고든다. 저자는 “외교는 막전막후에서 다각도로 진행되는 고차방정식”이라며 “논란이 됐던 사건의 본질을 정리하고 그 맥락과 배경을 밝혀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