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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곰과 작은 곰이 낚시하러 가요.

에이미 헤스트 지음 | 에린 E. 스테드 그림 |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 | 48쪽 | 1만6000원

어떤 하루는 그저 함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금 낚시하러 가면 딱 좋겠는걸.” 큰 곰의 말에 작은 곰이 답한다. “응, 딱 좋을 것 같아.”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꽃들은 따뜻한 햇빛을 받아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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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바지, 검은 장화, 노란 웃옷, 낚싯대를 담은 작은 수레 하나. “아차차, 낚시할 땐 따끈한 블루베리 스콘을 먹어야지.” 급할 건 없다. 뒷뜰에서 블루베리를 따다 느릿느릿 스콘을 굽는다. 길쭉한 초록색 이야기책도 한 권 수레에 담고 호숫가로 향한다.

잔잔한 물결 위, 출렁이는 낚싯배에 올라타길 주저하던 작은 곰이 폴짝 뛰어 먼저 배 위에 자리 잡은 큰 곰에게 폭 안긴다. 슬며시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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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반짝이거나 소란스럽지 않아도 좋다. 경험을 공유하는 일상의 순간들은 충분히 아름답다. 중요한 건 성취에 대한 압박을 내려놓고,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지켜봐주는 것.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으며, 결과보다 함께 하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큰 곰과 작은 곰은 호수 위 배에서 낚싯대를 드리운다. 함께 스콘을 먹고, 이야기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잠깐 물속 물고기와 눈을 마주치지만, 인사를 나눴으니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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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처럼 느긋한 걸음으로 돌아온 둘은 나무 사이 그늘에 걸린 그물침대로 간다. “흐아암~ 낮잠 한숨 자면 딱 좋겠는걸.” 몸을 딱 붙이고 쿨쿨 잠이 든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하루였다. 그 여정을 따라온 독자의 마음까지 평화로워진다. 오늘은, 이걸로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