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

새뮤얼 W. 프랭클린 지음ㅣ고현석 옮김ㅣ해나무ㅣ384쪽ㅣ2만원

창의성은 이제 예술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업, 교육, 과학기술, 도시 정책까지 사회 전반에서 ‘창의성’은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꼽힌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까지 창의성에 집착하게 됐을까.

문화사 연구자인 저자는 창의성의 사회적 맥락과 탄생 배경을 추적한다. 창의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사회에서 대중화된 개념으로, 획일화된 관료제, 대량살상무기, 소비주의에 대한 반감 속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개성을 회복할 열쇠로 주목받았다.

심리학계는 창의성을 IQ와 구별되는 측정 가능한 능력으로 규정하려 했고, 기업은 브레인스토밍 기법과 창의 인재 경영으로 이를 실용화했다. 기술자들은 예술가의 감수성을 입은 ‘창의적 엔지니어’로 재포장되며 무기 산업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저자는 “창의성이 언제나 긍정적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때로는 의심스러운 목적을 미화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고 경고한다. 창의성이 지나치게 숭배될수록,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은 저평가되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그 익숙한 ‘창의성’이란 단어를 새롭게,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