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영이 뭘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해야만 하는 일이 영수증 입력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겐론을 계속한다는 것은 이렇게 각오하는 것이라고 깨달았어요.”

아즈마 히로키는 1971년생으로, 그의 20~30대는 화려했다. 도쿄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와세다대학 교수를 맡았으며, 집필한 책들은 상을 휩쓸고 TV에도 출연하는 잘나가는 철학자였다. 2010년 그는 ‘겐론’이라는 회사를 창업한다. 인터넷이 세상을 뒤흔드니 비평 역시 변해야 한다며 함께 뜻을 모은 다섯 명이 도원결의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상은 원대하다. 사업은 현실이다. ‘지(知)의 관객 만들기’(메멘토)는 창업 후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틴 자의 고백록이다. 공동 창업자는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경리는 방만하게 일하다 갑자기 퇴사해버리고, 큰돈을 들여 만든 책은 팔리지 않는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을 내보내고, 대출을 받고, 부도 위기가 코앞까지 닥치는 와중에도 내팽개쳐져 있던 회계 처리를 위해 머리를 쥐어뜯으며 영수증을 하나 하나 입력한다. 이것이 대표의 일이기에.

스타 철학자가 대표로 다시 태어나는 동안 오늘날 겐론은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축한, 작지만 돈을 버는 회사로 발전했다. 책을 내고, 작가와 독자가 시간 제한 없이 대화하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이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만들고, 창작 수업 학교를 열고, 여행 기획도 한다. 모두 꽤 돈을 내야 하는 유료 상품들이다. 수십 수백만이 아니라 천 명, 만 명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는 것이 목표다. 인터넷의 가능성과 위기감 때문에 출발한 회사였으나 역설적이게도 규모 욕심을 내려놓고 나니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 책의 정체성은 성공담이 아닌 처절한 자기반성이다. 저자는 속살을 드러내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고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책을 내는 이유는 철학은 살아있어야 하며, 부끄럽더라도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다 읽고 나면, “인간은 아무리 반성해도 같은 실패를 거듭합니다. 그러니 경계를 늦추면 안 되지요”라는 문장에서 저자의 피와 땀과 눈물이 만져지는 듯하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