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라는 일
애덤 모스 지음|이승연 옮김|어크로스|440쪽|5만4000원
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시인 루이즈 글릭은 고등학교 때 심한 거식증으로 자퇴하고, 건강을 위해 걷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도 죄수처럼 매일 같은 길을 산책한다. 산책길에서 시의 구절들을 마음속으로 되뇌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빵집에 들러 펜과 종이를 빌리기도 했다. 30분 만에 쓴 시도 있지만, 첫 줄만 써놓고 2년 동안 그 뒤를 잇지 못한 시도 있었다.
‘뉴욕’ 등 유명 잡지에서 편집장을 지낸 저자가 예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비밀을 찾아간다. 소피아 코폴라(영화감독)·바버라 크루거(현대미술가)·조지 손더스(소설가) 등 저명한 예술가 48명을 만나 그들의 창작 과정을 파헤친다. 저자는 버려진 초안, 휘갈긴 낙서, 일기 같은 창작의 현장에서 남긴 유물에 주목했다. 희미했던 아이디어가 어떻게 위대한 작품이 되어가는지 그 경로를 추적한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예술 창작은 시련이었다. 각자의 방법으로 의심과 고뇌의 시간을 견뎌내는 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