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경성
조윤영 지음|소명출판|280쪽|2만8000원
지금 같은 전문 공연장이 없었던 일제 시대, 음악회는 강당과 예배당, 호텔과 백화점 로비, 단성사 같은 영화관에서 열렸다. 음악회가 열리는 날이면 극장마다 악대(樂隊)를 조직해서 떠들썩하게 거리 선전을 펼쳤다.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홍난파는 당시 200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서 마티네(오전) 음악회를 열었다. 하지만 관객은 7명뿐이었고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한국 근대 음악사 연구자가 1920~1930년대 경성(京城·지금의 서울)의 음악 문화를 살핀 연구서다. 조선인 중심인 종로와 일본인 중심 혼마치(本町·충무로 일대)를 비교하면서 당시 경성을 ‘이중 도시’로 규정한다. 당시 ‘음악광(狂) 시대’라 할 만큼 모던 보이와 모던 걸 사이에서는 음악회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저자는 “경성 사람들에게 서구화에 대한 판타지가 거대하다 보니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공포가 잠재되어 있어 너도나도 음악회에 다녔다”며 비판적 거리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