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

이타가키 지카고 엮음|김재원 옮김|봄날의책|248쪽|2만원

루마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1945~2022)는 반 클라이번·에네스쿠·리즈 콩쿠르를 모두 석권했던 거장. 하지만 그는 생전에 극도로 인터뷰를 꺼렸고, 음반 녹음마저 일찍 중단해서 ‘침묵의 피아니스트’로 불렸다. 30년 가까이 그를 담당했던 일본 기획사 매니저가 동료 음악인 20명의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서 루푸의 삶과 음악을 재구성한 책이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첫 음만 듣고서 곡명을 척척 맞히는 루푸의 경이로운 기억력에 감탄한다.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외고집으로 느껴질 만큼 내가 아는 연주자 중 가장 자기 비판적인 사람”으로 회고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드뷔시와 프랑크 소나타를 함께 녹음하고서도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3년간 출시를 연기했던 완벽주의적 면모를 소개한다. 루푸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그가 들려준 말을 이렇게 전한다. “난 가르치지 않아. 들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