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최영아 글·그림 | 북극곰 | 40쪽 |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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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를 실은 솔바람이 불어오는 산골 마을, 어여쁜 여우가 살았다. 구름은 여우가 좋았다. 햇빛 쨍한 여름엔 머리 위에 그늘을 만들어 줬다. 겨울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 눈꽃송이들을 내려보냈다. “고마워 구름아, 정말 신나는 날이네!”

여우는 구름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 호랑이를 소개해 준다. 소중한 친구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이라는 뜻. 여우가 “호랑이와 같이 그네를 탈 때 즐겁다”고 할 때 구름도 생각한다. “나도 네가 그네 타는 게 좋아. 네가 높이 오르면 더 가까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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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친구가 된다는 건 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쌓여 무조건 응원할 수 있게 되는 것. 함께하지 못해도 지켜보고 응원하는 구름의 마음이 애달프다.

겨울이 지나고 메마른 봄, 큰 산불이 난다. “안 돼, 여우와의 추억이 모두 불타고 있잖아!” 구름이 온 몸을 다해 비를 뿌리는 동안 호랑이와 여우, 동물 친구들은 무사히 산불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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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뿌리느라 힘을 잃고 흐릿해진 구름에게 흥겨운 노랫가락이 와 닿는다. 호랑이 신랑과 여우 각시의 혼례날이 된 것이다. “여우야, 내 소중한 친구야. 이제 네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내 안에 가득 쌓였어. 진심으로 축하해.” 마른하늘에 여우비가 내린다.

옛 어른들은 맑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여우비’라 불렀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거나 ‘여우 시집가는 날’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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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화 화풍을 연구해 자기 것으로 소화한 독창적 그림체로 ‘달토끼’(2022) 를 펴낸 작가의 세 번째 그림책. 호랑이와 여우 혼례 장면의 전통 복식과 모란 병풍, 무지개가 피어나는 연꽃 호수 풍경은 특히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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