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있던 날들
시릴 시아마·마리 델바르 지음|김소연 옮김|더퀘스트|304쪽|3만3000원
프랑스 지베르니 인상파 미술관이 어린이와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그림 150점을 골라 엮은 이 책에서, 큐레이터인 저자들은 르누아르(1841~1919)가 유독 어린이를 많이 그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르누아르가 미술 시장에서 인정받고 의뢰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린이 초상화라는 분야를 전략적으로 이용했다.”
르누아르는 부유한 상류층 어린이들을 그린 덕에 새로운 고객을 모았지만, 인상주의 화가들이 유아, 유모차, 요람이 묘사된 작품을 많이 그린 건 꼭 경제적 이유만은 아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연약함과 무상함을 또렷하게 인식하고 있어서이기도 했다. 1900년 프랑스인의 평균 수명은 45세였다. 1880년 영아 사망률은 17.5%에 달했고, 1900년에도 신생아 중 15%가 만 1세가 되기 전 사망했다. “지금 눈앞의 아이가 언제든지, 아주 어린 나이에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짧은 행복에 집중하게 된다. (…) 어린이를 그린다는 것은 젊음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짧은 생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