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뉴욕타임스 북리뷰가 이번 한 주 동안 웹사이트에서 ‘시 외우기 챌린지(Poetry Challenge)’를 열었습니다. 외울 시로 1923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시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1892~1950)의 ‘회상(Recuerdo)’을 제시했어요. 세 연짜리 짧은 시로, 첫 연은 이렇습니다. “우린 참 피곤했고, 참 즐거웠지—/밤새 페리를 타고 오갔거든./그 배는 텅 비고 밝았고, 마구간 냄새가 났지—/그러나 우린 불을 바라보며, 탁자 너머 서로 기대었지,/우리는 달빛 아래 언덕 꼭대기에 나란히 누워 있었고,/기적 소리는 계속 울리고, 새벽은 이윽고 다가왔어.”

[NYT의 시 외우기 챌린지]

시의 화자는 뉴욕 맨해튼과 허드슨강 스태튼아일랜드 사이를 왕복하는 페리에 탑승한 연인입니다. 헤어지기 싫어 밤새 배 안에서 사과와 배를 먹으며 함께 있다 날이 밝아서야 하선합니다. 마지막 연을 읽어볼까요? “우린 참 피곤했고, 참 즐거웠지—/밤새 페리를 타고 오갔거든./우린 숄로 머리를 감싼 여인에게 ‘좋은 아침이에요, 어머니!’ 인사했고,/조간 신문을 샀지만, 둘 다 읽진 않았어./그리고 그녀는 울먹였지, 사과와 배를 받고, “신의 축복을!”,/우리는 지하철 요금만 빼고 가진 돈을 모두 그녀에게 주었지.”

뉴욕타임스는 배우 에단 호크, 미국 계관시인 에이다 리몬 등 유명 문화예술인이 이 시를 암송하는 영상을 게시하고 시구에 관한 퀴즈를 내며 외우기를 독려합니다. 난해하지도 뻔하지도 않으면서 운율이 있어 외우기 좋은 시를 골랐다네요. 챌린지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문자와 폭언, AI가 만든 조악한 것들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시는 우리의 의식(意識) 속에서 훨씬 더 조용하고 덜 상품화된 자리를 차지한다. 마음속 창가에 놓인 한 송이 꽃처럼.” 지금 여러분의 마음속 창가엔 어떤 꽃이 피어 있나요?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