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카라 스위셔 지음|최정민 옮김|글항아리|408쪽|2만2000원
2016년 말, 테크 전문 기자인 저자는 제보를 하나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테크 기업 수장들을 트럼프 타워로 소집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에게 이용당할 것”이라 경고했지만, 머스크는 자신이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저자는 전화를 끊으며 생각했다. “머스크는 오랫동안 자신을 한낱 인간이 아닌 그 이상, 때로 신으로 여겨왔기에 자신이 악취 나는 물을 고급 포도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일해온 실리콘밸리의 스타 기자가 IT 거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한 기록이다. 1990년대 인터넷 회사들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테크 업계의 최전선에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수많은 기업의 리더와 인터뷰해왔다. 저자는 세상을 바꾸겠다던 명석한 창업가들이 부와 권력에 길들여지며 세상을 망가뜨리는 과정을 신랄하게 묘사한다.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고발하며 “마크 저커버그가 테크 업계에서 가장 해로운 사람이었다면, 머스크는 가장 실망스러운 사람”이라고 독설을 날리기도 한다. IT 거물을 해부하는 날카로운 비평서이지만, 동시에 발명하고 혁신하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러브 스토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