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수첩

가스가 다케히코 지음|황세정 옮김|크레타|344쪽|1만8000원

1918년 일본 오사카의 17세 여공은 화장품을 잘못 발라 얼굴이 노랗게 변하자 동료에게 놀림을 받고 철로에 몸을 던졌다. 같은 해 다카마쓰의 한 주부는 지갑을 잃어버린 줄 알고,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포르말린을 마셨다. 사소해 보이는 일이 어쩌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이어졌을까.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임상 경험, 실제 사건, 남겨진 유서 등 수십 가지의 자살 사례를 분석한다. 위 사례는 저자가 분류한 자살의 7가지 유형 중 ‘고뇌의 궁극’ 유형에 해당한다. 한번 ‘정신적 시야 협착’에 빠지면 한 가지 고민에 사로잡히게 되고, 결국 자살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를 생각할 수 없게 될 만큼 유연성이 결핍된다고 한다.

자살이라는 주제를 심각하고 비통하게 다루기보다, 오히려 자살의 “변변치 않은” 면에 집중했다. ‘우울하면 정신과를 찾으세요’ 같은 무난한 글보다, 정면 승부가 하나의 작전이 될 수 있다는 것. 오히려 자살의 유형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면, 죽음과 거리를 두고 싶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