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제나 몸을 씻지만,
그 관념과 방법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로 일했던
인류학 연구자 이인혜씨가 쓴 ‘씻는다는 것의 역사’(현암사)는
전 세계 목욕의 문화사를 파헤친 책입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중세와 근대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의 목욕 문화까지 샅샅이 훑었습니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드문 책으로,
민속박물관 근무 시절, 한국 목욕탕 문화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위해
전국 목욕탕을 누비며 하루 두 번씩도 목욕했다는
저자의 땀과 발자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모두가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하는,
이른바 통 목욕을 할 것 같지만
이슬람에서는 고인 물을 불결하게 여기는지라
증기로 때를 불린 후 흐르는 물로 몸을 씻는 증기욕이 유행했다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서울 출신으로,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저자가
목욕 문화를 연구하면서
처음으로 자동 등밀이 기계를 보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요…
알고 보니 부산·경남 지방을 중심으로 유행한 기계였다고 합니다.
어릴 때 저희 동네 목욕탕에 있던 기계였어서
모두가 아는 기계인 줄 알았는데, 전국구가 아니었군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문장은
러시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며, 일상에서 정말 많이 사용하는 말이랍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치’에 나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백치’에 이 문장은 없다고 하네요.
훗날 평론가가 소설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으로
정작 도스토옙스키는 마음을 이야기하며 ‘마음이 아름답다’고 했을 뿐이라고요.
수원대 외국어학부 러시아어문학 전공 교수인 벨랴코프 일리야가 쓴
‘러시아의 문장들’(틈새책방)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는 문장은
여행사에서 투어 상품을 홍보하며 멋진 풍경을 묘사하거나
신인 여배우를 칭찬하는 등 주로 외적인 아름다움을 논하며 쓰이지만,
저자는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영혼의 미(美)’를 가리킨다고 말합니다.
‘백치’에선 분명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거듭 강조되지만,
이는 사람이 죽고 나서 천국에 갈 때만 ‘착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된다고 믿는
종교적 가치관에 대한 도전적인 발언이라고요.
누군가의 아름다운 품성이 구원처럼 느껴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힘들고 지친 날, 낯선 이가 베푼 친절 덕에 기분이 나아졌을 때 특히 그렇죠.
세상을 구원하는 건 수퍼 히어로가 아닌 우리 마음속 선한 본성일지도요.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