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일던 커피 열풍이 잠시 멈췄다. 이상 기후로 커피 원두 가격이 폭등하면서, 결국 커피 전문점이 위기에 몰렸다. 이런 자료들을 보다가 갑자기 커피의 주요 대체재인 홍차가 마시고 싶어졌다. 커피 가격이 오르면 홍차는 어떻게 될까, 궁금증이 들었다. 글 쓸 때의 루틴으로 하루에 적어도 4~5잔씩 마시던 커피가 홍차로 대체 가능할까?
차(茶) 전문가 문기영의 홍차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홍차수업’ 1, 2권과 ‘홍차탐구’까지 세 권을 연달아 읽었다. 모두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나왔다. 원산지를 알 수 없는 티백에 설탕과 우유를 넣어 먹는 방식이 건강 열풍이 불면서 설탕을 넣지 않고 먹는 방식으로 유행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언제 찻잎을 땄는지 민감하게 반응하며 제품을 찾다 보니 홍차 가격은 급등했다. 브랜드의 유래 등 홍차에 관한 기본 지식에 대한 이야기가 ‘홍차수업 1’이고, 홍차 관련 문화와 인물 등 좀 더 인문학적 얘기들이 전면에 나온 책이 ‘홍차탐구’다. ‘홍차수업 2’는 산지별 특징과 홍차의 물질적 속성에 집중한 심화편이다. 카페인 등 홍차가 건강에 도움이 될지 진짜로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홍차수업 2’가 도움이 될 것 같다.
문기영이 ‘홍차수업 2’에서 얘기한 홍차의 특징을 내 식으로 말한다면, 홍차 카페인은 커피보다 양이 적고, 흡수가 느리다. “같은 카페인 성분이라도 차를 마셨을 때와 커피를 마셨을 때 우리 신체에 다른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바로 테아닌 성분이다. 일단 테아닌은 카페인 흡수를 줄여준다.”
최근 내게 변화가 좀 생겼다. 커피를 아예 안 마시면 비로소 홍차가 맛있어지는데, 글을 쓸 때 집중력도 덜 하지는 않다. 커피가 흥분 효과가 강하다면, 홍차는 각성 효과가 강하다. 테아닌 때문이다. 내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홍차를 마시면서 술을 덜 마시게 된 것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나면, 술이 급 당긴다. 흥분 때문이다. 홍차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나면 피곤과 잠이 몰려오고, 술을 마실 여력이 없이 잠에 빠져들게 된다. 내 일상에서 커피-술이 한 세트였다면, 홍차-숙면이 또 다른 한 세트가 되었다. ‘홍차수업 2’는 내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