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진 단편소설 ‘탐페레 공항’은 핀란드의 작은 도시 탐페레를 배경으로 합니다. 다큐멘터리 PD를 꿈꾸는 대학생 ‘나’는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가던 중 탐페레 공항을 경유합니다. 비행기를 기다리다 시력을 거의 잃은 핀란드 노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카메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준 후 헤어집니다. 3개월 후 귀국했을 때 우편함에는 공항서 찍은 사진을 동봉한 노인의 편지가 들어 있었죠. ‘답장을 써야지’ 하면서도 취업 준비에 바빠 미루다 보니 어느새 6년이 지납니다.
꿈을 이루지 못하고 식품 회사 회계팀에 취직한 나는 어느 날 한 방송사 신입 PD 채용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작성하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했던 경험과 그 이유를 기술하시오”라는 문장과 맞닥뜨립니다. 노인에게 답장하지 않은 일이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사무칩니다.
장류진 신작 에세이집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엔 친구와 함께 탐페레 공항을 찾아간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장류진은 정작 탐페레에 가 보지 못했지만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와 상상에 기반해 소설을 썼다고요. 수없이 많은 신춘문예와 공모전에서 미끄러졌지만, 등단 이후 낸 소설집에 수록됐을 땐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네요.
상상해 묘사한 공항 풍경이 실제 풍경과 겹치는 데 놀라면서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에게 인사합니다. ‘내게 와줘서 고마웠어, 잘 가! 멀리 멀리 가.’ 그리고 깨닫습니다. ‘내가 만든 이야기는 나보다 씩씩하게, 나보다 멀리 간다.’
허구의 이야기를 핍진하게 써 내는 일, 쉽지 않지만 상상이란 곧 실현의 씨앗이기에, 어떤 이야기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란 평을 듣는 거겠죠. 이번주 문학 특집은 봄을 주제로 마련했습니다. 이야기와 함께 포근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