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말 그린란드 남서쪽 끝에 있는 러셀(Russel) 빙하. 육지 위에서 높이 50m가 넘는 얼음벽과 그 앞을 떠다니는 거대한 빙하들이 장관을 이룬다. 1시간 정도 구경한 후 숙소에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던 20년 전 러셀 빙하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방금 봤던 것과 같은 빙하의 모습이었지만, 두 배는 더 커 보였다.
‘빙하 곁에 머물기’(글항아리)를 쓴 신진화(41)씨가 ‘그린란드 시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겪은 이야기다. “제가 보는 그 순간에도 빙하는 부서지고 있었어요. 기후 위기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죠.”
한국 극지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13년간 빙하를 연구해온 국내 유일 여성 빙하학자. 2023년에는 ‘그린란드 국제 공동 심부 빙하 시추 프로젝트’ 현장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연구·탐사를 바탕으로 기후 위기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성찰을 책에 담았다. “인간처럼 급격한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존재는 지구상에 없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3390만 년 전 그린란드 빙하가 없었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그는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져 수많은 대륙이 바다에 잠길 수도 있다”는 기후 위기론자들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동시에 다른 문제도 지적한다.
그의 일은 약 1만1700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홀로세 기간 동안 빙하 속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를 복원해서 연구하는 것. 산업혁명 이후부터 존재했던 빙하 속 이산화탄소 데이터와 비교해 인류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알아내고, 동시에 미래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통해 지구 온도를 예상할 수 있다. 그의 입장에서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역사학자로 치자면 ‘조선왕조실록’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빙하엔 지구의 역사와 미래가 담겨 있어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지구의 기록체’를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