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종류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김밥처럼, ‘인생의 단짠’은 자기가 직접 만드는 겁니다.”
‘어쩌다 강남역 분식집’(프롬북스)을 쓴 윤진선(42)씨가 말했다. 그의 책은 분식집 일을 하며 겪은 소소한 갈등과 교훈을 풀어내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여성의 도전과 성장을 그린다. 2006년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네이버에 취직하고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까지. IT 업계에서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던 그는 2012년 출산과 육아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아이가 열 살이 되자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자 했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경력 단절’이었다.
2년 전 지인의 권유로 ‘어쩌다’ 강남역 분식집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그는 매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겪는다. 외국인 손님은 분식집에 와서 짜장면을 찾고, 강남역 성형외과 환자들은 부은 얼굴로 남편의 식사를 걱정하며 음식을 주문한다. 이 외에도 가게 안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가 갑자기 “조미료”를 외치던 손님, 서비스로 준 음료를 반납할 테니 음식값 좀 깎아달라는 손님 등. 분식집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었다. “분식집 일은 제게 맞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사람을 보며 이해와 포용 그리고 온정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는 수첩에 ‘인생의 레시피’라는 제목과 함께 손님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소회를 틈틈이 적었고, 그것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경력 단절로 ‘어쩌다’ 분식집에서 일하게 된 그는, 이제 ‘어쩌다’ 글을 쓰고 있다. “타인이 부러워할 만한 일도 좋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즐거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아닐까요?” 그는 현재 회원들을 모아 필사 모임을 운영하고, 다음 달부터 대학원에 가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어쩌다’ 시작하는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