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타임

마틴 곤잘레스·조시 옐린 지음|김영사|432쪽|2만3000원

‘모닥불 타임(The Bonfire Moment)’이라는 제목에서 사람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캠프파이어 장면이 떠올랐다면, 이 책의 의도를 절반쯤은 이해한 것이다. 저자는 구글 본사에서 조직 및 인재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마틴 곤잘레스와 구글 딥마인드 운영 책임자인 조시 옐린. ‘모닥불 타임’은 저자들이 구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면서 9년간 70여 국가 스타트업 팀에서 실행한 1일 워크숍의 이름이다. 책은 이 워크숍 사례를 바탕으로 쓰였다.

왜 하필 ‘모닥불’인가. 저자들은 “타오르는 모닥불 근처에 서 있으면 어떨지 잠시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불은 사납고 파괴적인 힘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분과 친구들은 신중하게 통제된 불길의 빛과 열을 쬐고 있다. 불길에 휩싸이지 않고도 그것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 공간에서 모두의 감각이 고양된다. 졸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린다. 문제와 불만을 새로운 조명 아래에서 분석할 수 있다.” 누구나 매일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길 속에 있는 것처럼 압박을 느끼고 있지만, 그 불길에서 빠져나와 주위에 모여 앉는 기회를 가질 때 조직 생활의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구글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개발한 워크숍 '모닥불 타임'은 리더와 팀원들이 서로의 가식적인 모습을 고백하고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걸 전제로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의 65%는 조직 내 인간관계 때문에 실패한다. 공동 창업자의 55%가 사업 시작 4년 안에 동업 관계를 끝낸다. 리더와 조직원 간 갈등도 실패 원인으로 작용한다. 책은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리더가 빠질 수 있는 여러 함정 중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이단아적 마음가짐의 함정’이다. 창업자라면 누구나 스티브 잡스 같은 ‘파괴적 이단아’를 꿈꾸지만, “이렇게 반관습적 태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때가 생각보다 빨리 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위계 구조 없는 규모화 신화’를 지적한다. 많은 창업자가 위계 구조를 관료 체제와 혼동하며, 위계 없이 모든 직원이 평등하게 조직을 운영해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구글 창립 초기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거의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만들었다. 엔지니어링 부서의 간부직은 제거됐고, 수백 명이 담당 부사장에게 직접 보고했다. 두 창업주의 목표는 아이디어 개발 속도를 저해하는 장벽을 없애고, 자신들이 대학원에서 누렸던 자유로운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단아적 경영 실험은 몇 달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비용 보고서나 사소한 개인 간 갈등 같은 문제로 창업주를 직접 찾아오는 직원이 너무 많았다. 엔지니어들은 경력 개발을 위한 피드백을 갈망했다. 곧 어느 정도의 위계 구조는 유용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았다.

‘영웅적 행위 신화’도 조직이 커나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단아적 창업자’는 창업 초기에 요구되는 “정신 나간 근무시간과 극적인 노력”을 좋아한다. 일부 창업주는 수년 또는 수십 년 지난 후에도 제품 납기 시한을 맞추려고 한 달 동안 하루 20시간씩 일하던 때를 자랑한다. 사무실 바닥에서 자고 식은 피자만 먹었다면서 말이다. 영웅들은 이런 행위에서 짜릿함을 느끼지만 매달 꾸준히 영웅적 행위를 해내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영웅적 행위는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구조를 만든다. 한 사람이 계속 팀을 구해주면 나머지 팀원들에겐 주인의식을 가지려는 인센티브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영웅은 으레 나머지 팀원을 나약한 구원의 대상으로 보게 된다. 따라서 저자들은 “영웅적 행위는 비상사태를 대비한 수단으로 여기고 선택적으로 취하라”고 조언한다.

조직 상황에 맞지 않는 리더의 행동은 혼란을 가져온다. 로버트 서턴 스탠퍼드대 교수가 정의한 ‘경영자 언행의 확대 해석(executive magnification)’ 때문이다. 책에 등장하는 호주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직원들이 아슬아슬하게 프로젝트 기한을 맞출 때마다 격려하며 회식을 했다. 그는 좋은 리더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정신없이 서두르는 업무 방식을 보상함으로써 오히려 미루기를 장려하고 있었다. 저자들은 기한을 맞출 때마다 축하 회식을 하는 걸 중단하라 조언했다. 대신 사전 계획과 기한 조기 달성에 대해 보상하라고 권했다. 사소한 조정이 조직문화를 바꿨고, ‘급한 불 끄기’는 지나간 관행이 되었다.

비단 스타트업뿐 아니라 작은 팀부터 전체 조직 운영에까지 활용할 수 있는 조언을 충실하게 다룬 책이다. 책 뒤쪽에 실제로 ‘모닥불 타임’을 진행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다만 리더와 조직원이 한자리에 앉아 서로를 코칭하며, 자신의 약점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 방식의 이 미국식 워크숍을 한국 기업에 그대로 도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