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방황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문장은 어떤 회사의 광고 카피일까? 답은 마지막에 공개하겠지만, 잠깐 멈추고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길벗이지톡)은 특이한 책이다. 출판사는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한 듯한데,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한 곳은 경영·경제 베스트셀러 코너였다.

정규영은 20년 경력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우연히’ 듣게 된 일본 노래가 좋아서 가사의 의미를 알고자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일본 광고를 알게 되고, 그 매력에 깊게 빠져 일본 고서점까지 뒤지는 열정으로 수천 개의 카피를 모았다. 이 책은 우연이 겹치는 행운 속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아낸 사람이 만든 결과물이기에, 읽는 사람에게도 즐거움이 전해진다.

저자는 광고 카피, 일본어, 명문장 셋 중 하나에는 관심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집어 들었을 것이라고 적는다. 인생, 일상, 꿈, 일, 관계 다섯 가지 분야에 걸쳐 200개 광고 카피가 등장하는데, 카피마다 일본어 문장과 한국어 번역, 광고에 대한 배경 설명, 단어 해석까지 포함되어 있어 일본 시장과 문화를 이해하며 광고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카피의 성격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통찰이 있는 카피의 예를 들자면, “자유는 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어도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이온 음료 광고가 눈에 꽂힌다. 위트 있는 카피로는 “옷을 사러 갈 옷이 없다”라는 백화점 광고가,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이 시대에 나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와 같이 감동을 주는 카피에 속하는 결혼 정보 회사 광고도 있다. 마지막은 희망을 전하는 유형으로, “이런 시대니까, 라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시대니까, 라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글로벌 금융 위기 후 나온 영어 학원 광고가 인상적이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탄생한 광고 카피는 그 시대를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 그중에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은 명카피는 시장의 돈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짐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처음 소개한 문장의 답은 바로, 1983년에 나온 철도 회사 광고 카피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