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자원을 다시 배치·활용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구멍 난 양말을 꿰매는 것처럼 그릇 수리도 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릇에 숨겨진 디자인’(공존)을 쓴 김슬기(40)씨는 그릇을 어떻게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디자이너다. 국가유산 수리 기능자(칠공)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 10년간 도자기를 수집하고 수리하며 알게 된 것을 소개한다.
책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도자기인 ‘로열 코펜하겐’의 디자인과 역사를 살핀다. 왜 로열 코펜하겐일까? 저자는 “자연을 주제로 한 문양과 그림이 있는 중국 청화백자를 기원으로 하면서 유럽식으로 재해석해 이를 단순화·고급화하며 250년 동안 하나의 스타일을 진화시켜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로열 코펜하겐의 장식 패턴 중 하나인 ‘블루 플루티드’ 라인에는 동서양 문화가 섞여 있다. 자연스럽게 동서양 도자기를 넘나들며 갖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의 관심사는 ‘지속가능한 용기(容器)’다. 그는 “딸과 함께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는 일을 즐기다 빈티지 그릇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20만~30만원을 호가하는 신제품을 절반 가까이 싸게 살 수 있어서다. 그러다 ‘이베이’ 등에서 1만~2만원에 깨진 도자기를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본격 수리 기술을 익혔다.
표지에 실린 사진을 보면 도자기에 가느다란 금칠 장식이 있다. 책을 읽기 전까진 이 금칠이 디자인인 줄 알았다. 김씨는 “도드라진 상처가 디자인적으로 아름답게 인식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수리는 재활용이 맞지만, 자신만의 패턴이 될 수도 있어요. 수리로 나만의 꾸밈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