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더 깊어지는 발굴 이야기
이한상 지음|책과함께|416쪽|2만5000원
1975년 3월 25일, 경주 월지(月池)에서 발굴이 시작됐다. 신라 궁궐 속 연못인 월지는 유물 3만여 점을 품고 있다가 토해냈는데, 이색적인 금동 가위 1점이 이때 나온다. 손잡이는 봉황 두 마리가 머리를 교차하는 형상이었고, 표면 전체에 인동당초무늬가 빼곡히 조각된 명품이었다.
그런데 이것과 매우 비슷한 모양의 금동 가위가 일본 왕실의 보물 창고 쇼소인(正倉院)에 보관돼 있었다. 출처를 알 수 없었던 쇼소인 가위는 신라에서 수입한 물품이라는 게 밝혀졌다. 신라 연못에서 우연히 출토된 가위 한 점이 신라와 일본 사이의 교류 관계를 생생히 전해준 것이다.
수십 년간 발굴 현장을 누벼온 저자가 선사시대부터 고구려·백제·신라·가야, 신라 통일 이후까지 역사를 바꾼 발굴 이야기를 소개한다. 유물과 유적에서 발견한 작은 조각들이 역사의 모자이크를 채워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유물과 발굴 현장을 담은 컬러 사진 100여 장이 생생함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