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성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이들은 가부장제를 숭앙하나, 가부장제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주장하며,
여성을 소수자라 인정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는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뉴스 에디터 너새니얼 포퍼가 쓴 ‘분노 세대’는
미국판 디시인사이드인 레딧의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를 중심으로
2030 남성들을 분석합니다.
이 남초 커뮤니티가 협업과 감성지능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갈 곳을 읽고 방황하는 외로운 남성들이 자신의 공격성과 경쟁심을 마음껏 발휘하며
밈 주식 주가를 띄우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본산이 되었다고 분석하죠.
2021년 1월 개미들이 기관 및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대항해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매수해 주가를 급등시킨
‘게임스톱 사태’를 2030 남성들이 결집해 세를 과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봅니다.
[취업도 여성에 밀린 美 2030남성, 反PC·트럼프 지지]
손민규 에세이 ‘책 고르는 책’(포르체)을 읽다가 이 구절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책의 부제는 ‘탐험하는 독서가를 위한 안내서’.
저자는 한 대형 서점의16년차 MD. 탐독가들은 물론 독서가 낯선 이들을 위해 책 고르는 법, 읽는 법, 책을 즐기는 법 등을 소개합니다.
“발췌독도 책을 읽는 중요한 방식인데 단, 발췌독이 가능하려면 그 책이 다루는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면서 발췌독과 함께 ‘표지독서’를 언급합니다.
‘표지독서’가 어떻게 독서가 될 수 있을지, 의아해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매달 수백 권의 신간을 대하는 출판 담당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또한 그럴 듯하게 여겨집니다.
앞 표지의 제목을 마주하고, 부제를 훑고, 저자를 살피고, 출판사 이름을 짚고,
뒷 표지에 요약된 책의 핵심 내용과 추천사를 읽고,
띠지의 홍보 문구를 일별하면 대략 책의 얼개가 가늠이 됩니다.
물론 이 행위를 놓고 책을 온전히 ‘읽었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떤 책이 나왔는지, 요즘 출판계는 어떤 주제의 책을 중히 여기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으니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독서’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표지 독서’를 통해 어떤 책과 낯을 익혀 놓았더니
관련 주제의 기사나 칼럼을 쓸 때 그 책이 얼른 떠올라 큰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사람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책의 얼굴’만은 식별 가능해야 하는 것이
출판 담당 기자의 미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독서가 어렵게 여겨진다면, 책 한 권을 다 읽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서점에 나가 매대에 놓인 책의 얼굴을 훑어보세요.
도서관에 들러 책장에 꽂힌 책들의 등을 쓸어 보세요.
낯선 책이 ‘아는 책’이 되는 경험, 그 경험이 독서의 첫 걸음일 겁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