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만 훑어보는 ‘표지독서’도 독서다. 안 읽는 것보단 낫다.”

손민규 에세이 ‘책 고르는 책’(포르체)을 읽다가 이 구절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책의 부제는 ‘탐험하는 독서가를 위한 안내서’. 저자는 한 대형 서점의 16년 차 MD. 탐독가들은 물론 독서가 낯선 이들을 위해 책 고르는 법, 읽는 법, 책을 즐기는 법 등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발췌독도 책을 읽는 중요한 방식인데 단, 발췌독이 가능하려면 그 책이 다루는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면서 발췌독과 함께 ‘표지독서’를 언급합니다.

‘표지독서’가 어떻게 독서가 될 수 있을지,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매달 수백 권의 신간을 대하는 출판 담당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또한 그럴듯하게 여겨집니다. 앞표지의 제목을 마주하고, 부제를 훑고, 저자를 살피고, 출판사 이름을 짚고, 뒤표지에 요약된 책의 핵심 내용과 추천사를 읽고, 띠지의 홍보 문구를 일별하면 대략 책의 얼개가 가늠이 됩니다.

물론 이 행위를 놓고 책을 온전히 ‘읽었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떤 책이 나왔는지, 요즘 출판 시장엔 어떤 주제의 책이 많이 쏟아지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으니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독서’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표지 독서’를 통해 몇몇 책들과 낯을 익혀 놓았더니 관련 주제의 기사나 칼럼을 쓸 때 그 책이 얼른 떠올라 큰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사람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책의 얼굴’만은 식별 가능해야 하는 것이 출판 담당 기자의 미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독서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혹은 책 한 권을 다 읽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서점에 나가 매대에 놓인 책의 얼굴을 훑어보세요. 도서관에 들러 책장에 꽂힌 책들의 등을 쓸어 보세요. 낯선 책이 ‘아는 책’이 되는 경험, 그 경험이 독서의 첫걸음일 겁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