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시애틀 중앙 도서관은 가장 사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도서관으로 선정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공공 도서관을 점유한 노숙자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되어 있었다. 시애틀 도서관은 설계부터 노숙인이 도서관의 주요 이용자라는 인식을 했고, 공간의 3분의 1을 복지에 할애하였다. 코로나 때 폐쇄 기간에 화장실을 개방해 다시 한번 유명해지기도 하였다. 현재 사회복지 기관으로서 공공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서 재정의하는 흐름이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국내외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사서로 일했던 저자가 ‘도서관 여행자’라는 필명으로 쓴 ‘도서관은 살아 있다’(마티)는 몰라도 그만이지만 알면 감동적인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현대식 도서관을 만들어낸 미국에서, 도서관 이용자들을 ‘패트런(patron·후원자)’이라고 부른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시민들이 도서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서관 고양이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최초로 고양이를 고용한 도서관은 영국 맨체스터 체섬 도서관이었다. 필사본을 갉아 먹는 쥐를 퇴치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이 고양이들은 필사본에 발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19세기 미국에서 정식 채용된 고양이는 도서관의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게 임무였다. 네바다주 더글러스 카운티에서 15년간 쥐잡기 임무를 수행한 베이커와 테일러는 아주 유명해져 ‘스타 고양이’가 되었다.

저자가 방문하고 싶은 한국 도서관 리스트도 흥미롭다. 그중 서울 구산동 도서관마을과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해양도서관을 가봤다. 나름 뿌듯했다. 소도시 여행 붐처럼 도서관 여행 붐이 생겨나기를 희망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도서관 독서·문화 프로그램 참가자는 2700만명이다. 물론 연 참가 인원이라서, 실제로 인구의 절반이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에 실린 도서관에 얽힌 에피소드, 특히 최근 이야기가 생각보다 새로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제 중학생이 될 학생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이 본격적으로 책을 멀리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중학교 2학년이다. 중3보다도 덜 읽는다. 국가나 학교가 당장 뭘 해줄 수는 없고, 일단은 부모들이 중학교 1~2학년 때 가끔이라도 도서관에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