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설득하고 싶습니다
박은식 지음ㅣ기파랑ㅣ300쪽ㅣ1만7800원
한양대 의대에 합격한 ‘민주당 열혈 지지자’ 광주 청년은 상경하기 전날, 아버지에게 보수 성향의 월간지를 선물받았다. ‘호남 전통 진보주의자’였던 아버지도 아들이 정치적 균형을 잡기를 바랐던 것. 그러나 청년은 입학한 지 불과 1년 만에 완전히 바뀐다. 햇볕정책 덕에 북한이 점차 개방된 모습을 보였다고 믿었지만,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이 시작됐다. ‘팩트’를 확인해보니 북한은 단 한순간도 핵개발을 멈춘 적이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에 돈을 보내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호남인들도 북한의 패악질에 피 같은 돈을 또 줘야 하나요.” 저자 박은식의 이야기다.
박은식은 고향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일간지에 칼럼을 쓰고 시민단체 호남대안포럼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총선 국민의힘에서 당선이 보장된 ‘양지(陽地)’를 거절하고 낙선이 뻔한 고향에 이름을 올렸다. 선거 당시 “의사가 뭐가 아쉬워서 빨간 당으로 나왔느냐” 광주 시민들이 묻자, “광주가 바뀌어야 한다” 답하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책은 저자가 기생충학 강의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채변 검사, 구충제 보급, 상하수도 시설 확대를 계획하고, 박정희 대통령이 국부를 만들어 국민의 기생충을 잡았다”는 교수의 설명을 듣고, 그저 독재자라고 생각했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게 되는 과정, 역사 공부를 통해 호남은 원래 보수 우파의 본산이었다는 것을 깨우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향 사람들만 타박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또 다른 극단(極端)에 서있는 사람들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전라도와 광주 그리고 5.18 단어만 나와도 혐오감을 드러내는 사람들과 평소에는 “여성혐오를 없애자”며 집회·시위를 하면서도, 과거 한 민주당 의원의 “설치는 암컷” 망언엔 아무 말이 없던 이른바 ‘입맛대로’ 페미니스트들에게 말한다. “휘둘리지 말고 시비를 가려 ‘아닌 건 아니다’라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