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 pense à vous.”
이 프랑스어 문장은 직역하자면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일을 당한 누군가를 위로하는 말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와 비슷한 의미로 쓰기도 하고요.
재불 에세이스트 곽미성의 책 ‘언어의 위로’(동양북스)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부친상을 당한 저자는 한국서 상을 치르고 파리로 돌아온 다음 날 직장과 같은 건물에 있는 덴마크 문화원장에게서 이 위로의 말을 들었다고 하네요. 그는 저자의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상심이 크겠지만, 이 말을 하려고 왔습니다. 내가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번 더 힘주어 말했다고요. “잊지 마세요. 내가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 전에도 사고나 재해로 사망한 이들의 유족을 위로하는 대통령 연설이나 공적인 자리에서 이 문장을 자주 들었지만 저자에겐 그 말의 정확한 의미가 와 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내가 당신을 생각한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위로 대상이 아닌 행위의 주체만 강조하는 생색내기가 아닌가 하면서.”
생각한다는 것, 이 건조하고 이성적인 행위가 어떻게 마음을 뚫고 들어와 뜨거운 위로가 되는지, 저자는 직접 그 위로를 받으면서 비로소 깨달았다고 하네요. “당신을 생각하겠다는 말은 당신의 상황을 헤아리고, 당신의 고통과 상처를 내 것처럼 여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것은 내 시간이 당신과 함께한다는 의미고, 나의 마음이 당신 곁에 머물고 있으니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의미이며, 그러니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나를 생각하라는 뜻도 된다.”
중세 우리말에서 ‘사랑하다’라는 말은 ‘생각하다’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건 애정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겠죠. 폭설과 함께 겨울이 왔습니다. 이번 주 문학 특집은 독자 여러분을 깊이 생각하며, 자그마한 온기나마 전하고자 마련했습니다. 주말, 포근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