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
케이트 기타가와·티머시 레벨 지음|이충호 옮김|서해문집|472쪽|2만2000원
점괘 64가지로 만물의 이치를 설명하는 ‘주역’은 수학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기원전 10년, 중국의 천문학자 유흠은 태양과 행성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를 주역과 연결해 ‘삼통력’이라는 역법을 만들었다. 삼통력에서 음력 한 달의 평균 길이는 29.5309일이었는데 이는 마야인들 못지않게 정확했다.
음양 철학에 뿌리를 둔 64괘에서 끊어진 선은 음을, 실선은 양을 나타냈다. 17세기 주역을 입수한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는 자기가 연구하던 수 체계와 일치하는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후 그는 모든 자연수를 0과 1로 표현하는 이진법 체계를 고안했다.
수학사 전문가와 과학 저널리스트가 서구·남성 중심이었던 수학의 역사를 성별·인종·국경을 초월해 다시 쓴다. 수학의 발전은 선형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형된 개념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보다 중국의 ‘구고 정리(勾股定理)’가 앞섰다거나, 구멍이 있는 숫자 ‘0′은 마야 문명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사실 등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로 가득하다. 수천 년 동안 인류가 함께 써내려 간 수학의 계보는 전 세계 지성들의 릴레이 경기를 보는 듯 경이롭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