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저
오규원 소설ㅣ21세기북스ㅣ472쪽ㅣ2만원
“선하고 어진 것만으로는 종묘사직을 지킬 수 없소.”
우리는 세종대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랏 말싸미 듕귁에 달아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흔히 알고 있는 훈민정음 언해본의 첫 구절처럼, 단순히 ‘한글의 창시자’로만 알고 있지 않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글 창제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얘기에서 왠지 그에겐 ‘문약(文弱)’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경을 안정시켰다’는 역시적 기록이 있음에도 말이다.
‘세종실록’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세종에 대해 연구한 저자는 ‘파저강 정벌’ 사건을 모티브로 전쟁에도 능한 군주로서 세종을 표현하고 있다. 1433년, 1437년 만주 파저강 유역의 여진족을 정벌한 전투로, 세종 시기 북방 개척의 결과물, 4군 6진으로 이어졌다. 이 당시 세종은 온천 여행을 떠나며 정벌을 포기한 것처럼 보여줘 여진족의 방심을 이끌어내는 계책을 펼쳤다고 한다. 책은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팩션(faction) 소설. 미처 몰랐던 세종의 진면목을 사실성과 현실감 있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