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사망자 수는 미국이 1000명당 5.8명으로 스웨덴 2.0명의 3배에 달하고, 수감자 숫자는 인구 10만명당 639명으로 스웨덴 63명의 10배에 달한다.” 미국과 스웨덴은 대표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다. 사회학자 조돈문의 ‘불평등 이데올로기’는 둘 다 국민소득은 높지만 경제적 불평등에서는 차이가 많은 스웨덴과 미국을 유아 사망과 수감자 수로 비교한다. 일반적으로 유아 사망자와 수감자 수는 경제적 불평등 정도와 비례한다고 본다. 한국의 유아 사망자는 2.8명, 수감자 수는 105명으로, 이 수치만큼은 한국은 미국보다 스웨덴에 가깝다.
저자는 국가별 불평등에 대한 견해를 정리한다. 이를 읽다 보면 한국에서 ‘수저 계급론’이 등장한 배경, ‘인국공 사태’라고 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공정 갈등 등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하게 된다. 한국인들은 ‘실력’이 중요하다면서 ‘집안’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직장에서 능력과 함께 태도도 중시한다. 아직 제대로 된 ‘능력주의’가 자리 잡지 않은 사회인 것이다.
한국인들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모두 부패했다고 말하는데, 스웨덴이나 독일은 이 비율이 우리보다 낮다. 대체로 불평등에 대해서 비판하면서도 순응하는 것이 한국인의 인식 세계인데, 때때로 이것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억울하면 부모 잘 만나라. 돈도 실력이다”라는 정유라의 말이 기폭제가 된 촛불 집회의 근저에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폭발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증세에 대한 여론 추이다. 2015년에는 50%에 달했던 증세 찬성 의견은 이후 낮아지기 시작해서, 2023년에는 36.3%까지 내려왔다. 이제 증세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최근의 금융투자세 도입을 놓고 반대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 이런 흐름과 관련되어 있다. 증세 반대 인기가 높기는 한데, 그럴수록 불평등을 줄일 가능성이 낮아진다. 딜레마다.
과연 한국의 미래는 어떨까? 2004년 조사에서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45.2%,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51.6%가 나왔다. 2023년 조사에서는 미국식이 53.5%, 북유럽식이 43.3%로 역전되었다. 미국식에 대한 찬성률이 좀 높기는 하지만, 다른 두 방식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0년 후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