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노래

가와타 후미코 지음ㅣ안해룡·김해경 옮김ㅣ바다출판사ㅣ344쪽ㅣ1만6800원

일본으로 이주한 조선인 ‘선자’의 삶을 그린 소설·드라마 ‘파친코’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당대의 ‘사람살이’가 눈앞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취재를 토대로 쓰인 개인의 역사는 과거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책은 실존한 29명의 ‘선자’ 이야기다. 일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가와타 후미코(1943~2023)가 재일 조선 여성들의 육성을 담았다. 저자는 1970년대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 증언자를 취재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했다.

책의 주인공은 1918년생 서맹순 할머니 등 대부분 성인이 되기 전 일본에 건너간 여성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겪은 고강도 노동과 극도의 빈곤, 원폭 피해 경험담, 위안부 증언 등을 어제 일처럼 세세히 들려준다. “글자를 모르는 할머니들이야말로 생생한 언어를 쓴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경험담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련 사료를 제시해 입체적이고 풍성하다. 고된 공장 노동 경험담과 함께 1910년대 아동 노동자 보호 조문을 보여주는 식이다. 저자의 노력 덕에 고된 시대를 살아낸 할머니들의 씩씩함과 당당함까지도 세상에 기록됐다. 책은 정치적 주장을 펼치거나 선동하지 않는다. 성실한 취재로 ‘기억’과 ‘역사’를 엮어내려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