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못하는 사람들
매슈 루버리 지음 |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408쪽 | 2만2000원
한때 대학교수였고 독서광이었던 샘은 어느 날 책을 펼친 순간, 공포에 질렸다. 글자가 뒤죽박죽되어 도무지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병원에 간 샘은 뇌출혈에 따른 실독증 진단을 받았다. 시각 능력에 이상이 없는데도 글자를 읽지 못하는 신경학적 증후군이다.
실독증·난독증·환각·치매 등 다양한 신경 질환으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역사를 탐구한다. 영국의 현대문학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읽기’는 결코 당연한 행위가 아니며 후천적으로 익히는 기술이자 “신경 가소성이 준 선물”이다. 읽기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며 우리 생각보다 훨씬 다채롭고 놀라운 활동임을 일깨운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트라우마로 마음이 힘든 사람도 책을 읽기 어려워했다. 중세 베네딕트회에서는 원로 수도사 두 명을 임명해 정신적 무기력 상태에 빠져 책을 읽지 못하는 수도사들을 돌보게 하기도 했다. 성인 독서율 역대 최저 시대, 어쩌면 우리는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읽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