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

김성희 지음|마로니에북스|228쪽|2만원

충격과 엽기의 미술가.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 작가 데미언 허스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피가 흐르는 죽은 소 머리와 전기 살충기, 파리를 함께 유리관 속에 넣고 파리가 죽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작 ‘1000년’만 봐도 그렇다. 파리는 피를 마시기 위해 소 머리로 향하지만 결국 살충기에 걸려 죽고 만다. 작가는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여정을 조망하는 신의 위치에 관객을 세워놓고 시각적 불쾌함을 유발한다. 도대체 왜?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큐레이터 시절부터 관심 갖고 친분을 맺어온 작가를 영국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와 외할머니 밑에서 자란 데미언은 “7살 때부터 항상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하느라 바빴고 성당에서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낸 그는 죽음이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달았다. 신과 종교, 삶과 죽음, 선과 악 같은 주제를 파고들며 다양한 기법과 소재로 변주해온 작가의 내면을 파헤쳤다. 직접 문답이 이어지는 중반 이후가 특히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