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는 좌파가 아니다

수전 니먼 지음|홍기빈 옮김|생각의힘|296쪽|1만9000원

“이 책은 여러분의 눈을 뜨게 해줄 것입니다.” 독일의 한 출판사는 이 같은 홍보 문구를 썼다가 뭇매를 맞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반발이 일어났고, 출판사는 결국 광고를 내려야 했다.

도덕철학자인 저자는 ‘워크(woke)’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공포스러운” 일인지 조목조목 비판한다. ‘워크’는 ‘깨어 있다’는 뜻으로 불의에 맞서 깨어 있는 상태를 의미했으나, 최근엔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을 조롱하는 단어로 쓰인다. 저자는 워크가 보편주의나 진보에 대한 믿음처럼 좌파가 추구해야 할 이상을 저버리고 작은 목표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 인류의 단결을 외쳤던 좌파가 인종·성별·지역 등의 정체성을 내세우며 ‘부족주의’로 선회하고 있다는 지적도 흥미롭다. 저자는 더 나아가 분노와 낙담으로 가득 찬 사회에 필요한 철학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문장으로 가득하면서도, 변화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