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집
이장욱 시집 | 180쪽 | 문학과지성사 | 1만2000원
동시대 한국시에서 이장욱이라는 이름이 독보적으로 상징하는 것은 어떤 대체 불가능한 시적 분위기이다. 이장욱의 시를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그 특유의 모던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화법을 통해 연출되는 엉뚱한 시적 현실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존재들이 공존할 때 발생하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전위적인 분위기. 이장욱의 새 시집 ‘음악집’은 이러한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부상하는 낯선 세계로의 다정한 초대장이다. “만나러 와주어요. 여기가 불가능한 곳이라도… 이곳에서 새들은 헤엄치고/펭귄은 날아다니죠”(’더 멀고 외로운 리타’)
꿈과 현실이 역전되고, 급기야 둘 사이의 구별이 불가능한 세계의 경계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이상한 단어들과 친해졌어요.”(‘월요일의 귀’) 이상한 단어들과 맺는 이상한 교우 관계가 가능한 “이곳은 아름다운 곳이고/선생님이 없어요.”(‘무지의 학교’) 누구도 가르치지 않고 통제하지 않는 무질서의 시공간 속에서, 우리는 무지(無知)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무지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 무언가를 안다는 편견을 버릴 때 비로소 들을 수 있는 독특한 목소리, 예외라는 이름으로 소외되고 배제된 존재들의 세계를 상상하고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이런 낯선 멜로디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빗소리 수많은 각자의 시간들이 떨어지는/빗소리”(‘왼손에 돌멩이’). 이장욱의 ‘음악집’은 세상의 수많은 예외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불협화음의 합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