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양승훈 지음|부키|432쪽|1만9800원

“아빠들이 피땀 흘려 일한 돈으로 공부를 마친 딸들이 묻는다. ‘왜 울산에 살아야 하죠?’ 이 질문에 울산은 답하지 못하고 있다.”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젊은 고학력 여성들이 울산을 떠나는 이유로 ‘산업가부장제’를 꼽는다. 이는 특정 산업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에서 불균등한 성별 분업 구조가 만들어낸 가부장제를 의미한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이라는 울산의 3대 산업은 여성을 채용 단계에서 배제한다. 여성에게 허용되는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는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어린이집 교사 등 최저임금이나 그보다 약간 나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핑크 칼라 잡’이다. 여성들은 울산을 떠나고, 그들을 따라 남성 청년도 함께 떠나간다.

젠더 문제 등 여러 렌즈를 통해 산업도시 울산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다. ‘노동계급 중산층’이라는 꿈을 가능하게 했던 이 제조업 도시의 쇠락이 곧 성장 동력을 잃은 대한민국의 미래로 읽힌다.